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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공유오피스 7개월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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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을 상상하며 알아봤더랬지..

2019년 9월,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으로 내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고 나만의 공간에서 사업 구상을 하고 싶어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공유 오피스라는 게 말 그대로 coworking space, 오피스를 나눠 쓰는 개념이다. 

미팅룸, 화장실, 휴게공간 등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공용 공간에서 업무를 하거나, 혹은 추가 비용을 내고 분리된 업무 공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를 포함해 정말 많은 업체가 있다. 

위워크, 저스트코, 패스트파이브, 워크플렉스, 스파크플렉스, 르호봇 등등.

브랜딩이 되어 있는 것 외, "비즈니스 센터"의 명칭으로도 많이 있다. 

접근성을 고려해 오피스 밀집 지역에 특히나 많이 분포되어 있어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오피스로 알아보려고 했던 내게는 선택지가 정말 많았다. 

 

공유 오피스 입주 상담을 위해 각 브랜드의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했으며 총 3군데를 방문했다.

3군데 모두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비용, 비슷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모두 다르다. 콘셉트가 다르달까.

 

사업으로 당장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결국은 월세 비용이 가장 낮은 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난 글로벌 브랜드 오피스와 계약했으며 해당 이름은 직접적으로 밝히기엔 단점에 대해 내 얘기를 솔직하게 쓰기 어려울 것 같아 밝히지는 않을 예정이다.)

 

계약한 공유오피스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공유 오피스를 알아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물론, 집에서 사업구상을 할 수도 있고 카페나 도서관, 요즘 잘 돼있는 스터디카페도 있고 더 저렴하게 사용이 가능한 장소는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유 오피스를 이용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이유는 "집중"을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워킹맘이다. 

집에서는 도저히 사업은커녕 노트북 사용도 할 수 없다. 바로 딸아이가 보자마자 달려들기 때문이다. 

애를 재우고 저녁에 할 수 있지 않냐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딸은 밤 11시가 넘어야 자고 나도 그다음 날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자야 한다. 

주말에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맞벌이다.. 남편에게 애를 맡기고 내 일을 하기에는 남편도 힘들다. 

 

카페는 "집중"에 어려움이 있고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하나 더, 사업자를 내게 되면 사업자 주소지가 필요하다. 

집 주소로 할 수도 있지만 고객에게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을 어필하기 위해 (다른 말로 "허세") 집 주소보다는 강남에 위치한 빌딩이 사업자 주소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많은 공유 오피스에서 어필하는 장점 중 하나가 "다른 창업자들과의 교류"라고 한다. 

난 이 점은 신경 쓰지 않았다.

출산 후 조리원에서도 거의 아웃사이더로 지낼 만큼 누군가와의 협업, 교류에 취약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하면, 외부 손님이 방문할 때의 편리함이다. 

사업 초기에 특히나 미팅이 많을 수 있어 편하고 쾌적한 장소를 섭외하기엔 꽤나 까다롭기 마련인데 미팅룸을 제공하는 공유오피스는 그런 점에서 큰 메리트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상콤한 색상의 의자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7개월을 보냈고,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계속해 메일이 온다. 

연장할 것인가? 

하지만 연장하지 않을 것을 회신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유 오피스의 최대 단점은 (개인적으로) 어수선함이다.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 

비싼 돈을 주고 카페에서 일하는 격이었다. 

 

내가 계약한 오피스는 공용 공간에 데스크 한 칸을 개인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게 가장 큰 실수였다. 업무 전용 공간이 아닌 "휴게" 공간과 바로 붙어있는 데스크라니.. 

 

일주일 만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솔직히 공유 오피스를 처음 사용해봤기 때문에 판단 미스였다고, 이런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은 "해지 불가"이다. 

 

본인이 방한칸을 월세로 임차해 사용한다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임차인 구해놓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아니란다. 

사업자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일까지 계약한 당사자가 사용해야 하며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어마무시하다고 한다. 

걸어둔 보증금이 있었기 때문에 해지는 포기를 했다. 깔끔하게. 

 

여차 저차 해서 계약 기간을 채웠기 때문에 이제 짐을 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추후 사업이 좀 더 성장하게 된다면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계획이 있다. 

하지만 비용이 더 들더라도 독립적인 공간 사용이 가능한 1인실이나 2인실이 있는 곳으로 알아볼 생각이다. 

단점을 제외하면 장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추가로, 공급과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은 공유 오피스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그만큼 공실률도 상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공유 오피스들도 입주사를 위한 혜택이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할 것이고 차별화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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